현재 위치:메인 화면 >오락 >육지서 ‘제주살이’ 안오자… 집이 안 나간다 본문

육지서 ‘제주살이’ 안오자… 집이 안 나간다

출처:뉴스코리아코디네이트   작성자:여가   시간:2024-03-29 08:07:28

육지서 ‘제주살이’ 안오자… 집이 안 나간다

침체 늪 빠진 제주 부동산 시장

제주 함덕 해수욕장/뉴스1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120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는 준공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절반 가까이 비어 있다. 미분양 때문에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공매에 넘어갔고, 애초 분양가보다 2억원가량 싸게 공급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상당수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제주영어교육도시와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고, 산방산 등 관광지와도 가까워 최근 2~3년간 외지인 수요를 겨냥한 타운하우스와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제주도는 최근 안덕면을 비롯해 애월읍과 대정읍, 조천읍, 한경면 등 미분양이 집중된 5개 읍·면 지역의 신규 주택 사업 승인을 제한하고, 5년 넘게 착공하지 않은 사업장은 건설 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한때 ‘제주살이’ 열풍으로 연간 1만명 이상 인구가 늘면서 활기가 넘치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돼 관광 및 세컨드 하우스 수요가 급감했고,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외지인 투자도 줄었기 때문이다. 읍·면 지역에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주택들은 외지인 투자가 급감하자 줄줄이 미분양 사태를 맞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1년 새 미분양 주택 40% 급증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제주도의 미분양 주택은 2486가구로 1년 전(1780가구)보다 39.7% 증가했다. 전체 미분양 물량의 44%(1089가구)가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분양한 제주 9개 아파트 단지는 모두 미달 사태를 맞았다. 작년 12월 공급된 제주시 외도일동 ‘제이시티팰리스 3차’ 는 1순위 청약에서 36가구 모집에 단 3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제주시 연동 ‘더샵 연동애비뉴’ 역시 204가구가 분양에 나섰지만, 작년 8월 1순위 청약 신청자가 64명에 그쳤다. 인근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가 2021년 분양 때 102가구 모집에 2117명이 몰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제주 지역에서 미분양이 심각해지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에 실패한 사업자가 아파트 지을 땅을 반납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제주시가 개발 중인 화북동 ‘화북상업지역’ 내 844가구 규모 주상복합용지 매각 계약이 지난달 해지됐다. 땅을 산 시행사가 잔금 532억원을 2년 가까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땅은 2021년 공매 당시 감정평가액(691억원)의 네 배에 달하는 2660억원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2022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제주 지역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시행사가 PF 대출에 실패해 땅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제주시는 이달 재입찰에 나설 계획이지만, 화북상업지역 개발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국 2위 고분양가에 실수요자만 ‘시름’

제주 지역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로는 수도권 수준으로 치솟은 비싼 분양가가 꼽힌다. 지난 2월 제주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481만7000원으로 17개 시·도 중 서울(3787만4000원)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물류 비용이 많이 들어 건축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영향도 있지만, 외지인 투자 수요를 겨냥해 사업자들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이유도 크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외지인은 물론 해외 투자 수요에 맞춘 고분양가 책정으로 지역 주민은 사기 어려운 가격대가 형성되면서 미분양이 급증했다”고 했다.

제주는 한때 중국인 관광객 유입과 유명 연예인의 제주 살기 유행으로 내국인까지 몰리며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2014년 순유입 인구가 연간 1만명을 돌파했고, 2016년에는 1만5000명 가깝게 늘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사드(THAAD) 여파로 중국인 투자 수요와 관광객이 줄면서 인구 유입이 줄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 순유출(-1678명)을 기록했다,

외지인의 제주 주택 투자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지인의 제주 주택 매매 거래는 1542건으로 1년 전(2286건)보다 32.5% 줄었다. 2021년(3497건)과 비교하면 56% 급감한 수치다. 전체 주택 거래 중 외지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31.4%에서 2022년 27.1%, 지난해에는 23.0%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박으뜸 과장은 “부동산 시장 부진은 재무 여건이 취약한 제주 지역 건설사의 부실 위험을 증대시키고, 지역 경제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분양가 합리화를 통한 미분양 해소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标签:

책임편집:오락

인터넷 전체 핫스팟